美, 인텔에 27조원 보조금 등 파격 지원

美, 인텔에 27조원 보조금 등 파격 지원

삼성엔 8조, TSMC엔 7조 주기로
자국 반도체 기업 적극 밀어주기


미국 정부가 인텔에 약 200억달러(약 26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한다. 기존 예상했던 100억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최대 규모 지원으로 꼽힌다. 미국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기업 인텔 밀어주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주 인텔 반도체 공장을 찾아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 보조금과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 대출로 구성된 인텔 지원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인텔은 향후 5년간 투입될 시설·설비 투자금 1000억달러에 대해 25%의 세액공제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세액공제 규모만 250억달러(약 3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미국 정부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삼성전자와 TSMC 지원금의 네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삼성전자에 60억달러, TSMC에는 50억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TSMC 보조금 규모도 이달 중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보조금 이외 대출을 추가로 신청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인텔 지원은 미 정부가 2022년 제정한 칩스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안은 기업에 반도체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 등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워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내로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0년 12%로 감소했다. 현재 중국과 대만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번 인텔 지원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회사에 대한 첫 지원이란 의미도 있다. 앞서 미국은 영국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3500만달러),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1억6200만달러)와 글로벌 파운드리스(15억달러) 지원을 발표했지만 모두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번 지원이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수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I 반도체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은 삼성과 TSMC뿐이다. 지난달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리더십을 재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삼성전자와 TSMC처럼 2027년 1.4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는 구체적 청사진도 공개했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인텔을 삼성전자,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확보한 자금을 반도체 생산 시설 건설과 확장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애리조나주와 오하이오주에 첨단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뉴멕시코 공장은 첨단 패키징 시설로 전환하고 있다. 오리건주 공장도 현대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창출되는 약 3만 개 일자리 등 반도체 공장 건설로 인한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이 TSMC가 앞서고 있는 파운드리의 판을 엎어 버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도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