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 했어야"… 초등생 들이받은 운전자 '무죄→유죄'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생을 들이받고 역과한 50대 운전자가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죄가 됐다. 비보호좌회전 이후 이어진 횡단보도에서 운전자가 일시정지를 했어야하는지 여부 등이 유무죄를 갈랐다.
 
춘천지법 형사1부 심현근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2022년 5월 28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원주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B(10)군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좌회전하다 들이받아 역과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B군은 5주간 치료가 필요한 골절상을 입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를 기반으로 보면 A씨는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는 좌회전하기 직전에 B군이 도로를 건너려고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뿐 좌회전 직후 횡단보도에 진입해서는 다른 차량에 가려 B군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상황을 인식할 수 없었다”며 “A씨가 횡단보도를 절반 정도 지나갈 무렵 B군이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다가 뒤늦게 차량을 발견하고 그대로 충격해 넘어진 점, A씨는 좌회전하기 전에 한 차례 일시 정지했는데 비보호좌회전 후 이어지는 횡단보도 앞에서 재차 일시 정지하기는 어려웠던 구조라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무죄 근거를 설명했다.
 
이어 “설령 A씨가 운전자 주의의무를 철저히 준수해 B군이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해도 반대편 차로에서 대기 중인 차량 사이에서 뛰어나와 충돌하는 것에 반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교통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A씨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아 B군을 들이받았고 즉시 정차해 피해자의 상황을 확인했어야 함에도 그대로 차를 몰아 역과하는 사고를 야기했다.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도로교통법 27조 1항은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비보호 좌회전한 후 일시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횡단보도에 진입했다. A씨는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보행자 유무를 확인했어야 한다”며 “A씨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전에 B군은 이미 횡단보도를 절반 가까이 건넌 점, B군이 다소 빠르게 통행했을 뿐 도로교통법이 정한 횡단방법을 위반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B군의 상해 정도가 중한 편인 점, B군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도로상황에 비추어 A씨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B군의 부주의도 사고에 영향을 미친 점, 음주운전 1회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이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