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이사회]③과점주주 '눈칫밥'

[태풍의 눈 이사회]③과점주주 '눈칫밥'

"CEO 선출 시 과점주주가 사외이사에 의견 전달"
우리, 5명 과점주주…신한, 일본 주주 비중 높아
학계 쏠림과 편중된 구성, 거수기 비판 외에도 이사회를 둘러싼 논란은 독립성이다. 과점주주 중심의 이사회와 상호 추천 등은 독립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효율적인 견제·감시를 위해선 이사회가 경영진과 과점주주로부터 독립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주주들의 눈치도 봐야 하기에 다른 금융지주보다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전경. [사진=각 사]


우리금융도 민영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을 과점 주주들에게 매각하고,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를 1명씩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말 우리금융 전체 사외이사 6명 중 5명은 푸본생명과 키움증권,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국투자증권,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다.

재일교포 출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신한금융도 전체 사외이사 9명 중 3명이 재일교포다. 신한금융에서 일본 주주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진옥동 회장이 선임됐던 배경에도 일본계 주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신한금융 사외이사 중 3명은 IMM PE와 베어링PEA,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사외이사 중 2명은 이들 과점주주가 추천했다.

과점주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건 최고경영자(CEO) 선출 및 경영에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과다하게 반영될 수 있어서다. 실제 한 금융지주의 과점주주 관계자는 "지주회사 CEO 선출 당시, 사외이사에 (과점주주) 회사의 CEO와 주요 경영진이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과점주주 계열 사외이사는 주주의 영향을 받아 결정권을 행사하는 게 공공연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과점주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JB금융지주는 지난 14일 과점주주인 얼라이파트너스의 사외이사·비상임이사 교체 시도에 "이사회의 독립성, 공정성 및 균형을 해치고 이해충돌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JB금융지주도 최대 주주인 삼양사가 추천한 김지섭 삼양홀딩스 부사장이 사외이사로 추천돼 특정 주주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와 은행 겸직 문제도 남아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 중 2명은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와 중복된다. 설립 초창기 은행 이사회의 절반이 지주 이사회와 겹쳤던 것에 비해선 개선됐지만 지주 이사회로부터 은행 이사회가 독립되려면 독립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단 목소리가 꾸준하다.

금융권 한 사외이사는 "표면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듯하지만, 특정 주주나 경영진 의견이 반영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과점주주뿐만 아닌 다양한 주주들로부터 사외이사를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근로자 추천 이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